학원판촉물

일반적으로 ‘물리학’ 하면 다소 난해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 김기덕 박사(35)는 이러한 이미지는 사회적 통념이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 물리학의 트렌드는 너무 미스터리한 것들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등은 쉽게 다가서기 어렵죠. 물리학을 대중으로부터 너무 멀리 보낸 겁니다.”

최근 신간 ‘모든 계절의 물리학’(다산북스)을 출간하며 한국을 찾은 김 박사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박막기술팀장이자 초전도체, 반도체를 연구하는 고체물리학자다.

신간에는 물리 중독자의 렌즈로 본 세상이 가득 담겼다. 야구 배트나 커피포트, 러닝화, 노이즈캔슬링 등 일상 어디에나 있는 물리학 원리를 소개하려 했다. 그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아내를 타깃 독자라고 생각하고 썼다”며 “원고를 먼저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할 때까지 계속 보완했다”고 했다. 책에 실린 삽화 54개도 태블릿PC로 직접 그렸다.

김 박사의 주된 연구 과제는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양자 물질 ‘박막’을 만드는 것. 그런 바쁜 와중에도 대중 저술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물리학은 하나의 교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생 노름판을 기웃댄 남편이 외도해 낳은 아기에게 대봉감을 받아든 어머니는, 훗날 아이의 친모가 사망하자 그 아이를 자신의 품에 받아들인다. 슬픔과 고통은 혼자만의 것으로 두고 경주를 키워낸 어머니. 자신만 알던 과거사를 카메라 앞에서 담담히 풀어내는 어머니를 보며 경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용기를 얻는다.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수정(57)은 2024년 영남일보,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연이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 사이 고창신재효문학상을 품에 안았고, 그 수상작인 ‘단역배우 김순효 씨’를 지난달 출간했다. 첫 장편을 막 세상에 내보낸 작가를 지난달 25일 만나 인터뷰했다.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사보기자로 일하다 2000년 유학생의 아내로 미국에 건너가 죽 살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이 번역밖에 없더라고요. 논픽션을 한 두권씩 작업하다 보니 50권이나 옮겼더군요.”

언제나 글과 문장 가까이 살았지만, 젊은 시절부터 문학의 길에 뜻을 품어온 건 아니었다. 소설가의 길을 꿈꾼 건 중년 이후의 일이고, 그조차 우연의 작용이 컸다. 우연히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공고를 보고 단편소설을 출품해 우수상에 당선된 것.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함께 떠난 전북 고창 여행. 연고가 없다고 여겼던 그곳에서 화자 ‘경주’는 자신의 출생과 가족의 비밀을 마주한다. 외주 프로덕션 PD인 친구의 부탁으로 단역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TV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된 경주. 그는 딸이 아닌 작가로서, 어머니가 아닌 출연자 김순효씨와 문답을 주고받는다.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지난 세월을 풀어놓는다.

“얼라를 업고 손에 봉다리 하나를 들고 종종종 뛰어오데요. 봉다리를 내밀길래 받아 열어보이…. 감이 네 개 드른 기라요. 등에 업힌 얼라가 내한테 손을 뻗데요. 감을 내한테로 더내미는 기라요. 감을 받아주이, 그 조막만 한 손으로 좋다고 손뼉을 치데요. (…) 흙길을 혼자 타박타박 걸어가믄서 그 감을 묵었지예. 애들 아부지가 딴살림 차린 여자한테서 얻은 감을.”

“아무리 물리학에서 ‘이게 중요해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리 없는 외침에 불과하죠. 가령 국내에서 ‘LK-99’ 초전도체 진위 논란이 있었을 때도 물리학의 기본적 지식만 있으면 오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초전도체는 역사가 100년이 넘은 연구 분야예요. 비슷한 스캔들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분야죠.”

그가 속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역시 대중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39명을 배출한 세계적 연구기관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리학과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물리학을 꿈꾸는 사람들, 또 저와 함께 물리학을 연구할 이들이 줄어가고 있는 셈이죠.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중 1%라도 학원판촉물 물리학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는 이를 위해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더 늘어나길 소망했다. “과학이 하나의 취미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을 보면 굉장히 열정적이거든요. 몇 시에 어디를 봐야 무슨 별이 보이는지 줄줄 꿰고 있죠. 아마 별을 보는 즐거움, 어느 위치에 어떤 별이 뜨는지 아는 즐거움 때문일 텐데요. 물리학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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